9월에 씨 뿌리는 가을꽃 5가지|내년 봄 화단을 위한 파종과 월동 준비
정원 화단을 따라 붉은 꽃양귀비가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활짝 핀 꽃과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가을에 꽃씨를 파종해 이듬해 봄 화단을 준비하는 글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는 9월이 되면 정원 일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여름 내내 꽃을 돌보고 물을 주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내년 봄 화단을 준비할 때입니다.
봄에 다른 집 화단을 지나며 “어떻게 이렇게 일찍 꽃이 풍성하게 피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수레국화나 꽃양귀비처럼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을 보내고 봄에 일찍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습니다.
가을 파종에 적합한 꽃은 서늘한 날씨에 자리를 잡은 뒤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 기온이 오르면 빠르게 생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꽃이 전국 어디에서나 노지 월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꽃이라도 품종과 지역의 겨울 기온, 파종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9월부터 준비해 볼 만한 팬지·비올라, 수레국화, 꽃양귀비, 안개꽃, 금잔화 다섯 가지와 가을 파종할 때 주의할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9월에 씨 뿌리는 꽃, 먼저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가을 파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력의 날짜보다 기온입니다. 9월이라고 해도 한낮 기온이 높게 오르는 날에는 발아가 불안정하거나 어린 싹이 쉽게 마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입니다. 남부지방에서는 비교적 늦게까지 파종할 수 있지만, 중부지방은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너무 늦게 씨를 뿌리면 어린 모종이 충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추위를 맞을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도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같은 가을 파종 경관작물은 지역에 따라 적정 파종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씨앗 봉투에 적힌 품종별 파종 시기와 자신의 지역 기후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9월 가을 파종 꽃 5가지 한눈에 보기
팬지·비올라는 씨앗을 모종판에서 키운 뒤 화단이나 화분으로 옮겨 심는 방법이 편합니다.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인 뒤 파종하고, 발아할 때 지나친 고온과 건조를 피합니다.
수레국화는 꽃을 피울 자리에 직접 씨를 뿌리는 직파가 잘 맞습니다. 가을 파종이 가능하며 싹이 너무 촘촘하게 올라오면 솎아 줍니다.
꽃양귀비 역시 직파가 잘 맞습니다. 씨앗이 매우 작고 옮겨심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꽃을 볼 자리에 뿌리는 것이 좋습니다.
안개꽃은 품종에 따라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가 있고 월동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서늘한 환경을 좋아하지만 과습에는 약하므로 배수가 중요합니다.
금잔화는 직파하거나 모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서늘한 계절에 잘 자라지만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는 노지 월동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1. 팬지·비올라, 봄 화단을 화려하게 만드는 꽃
팬지와 비올라는 가을부터 봄까지 화단과 화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팬지는 꽃송이가 크고 화려하고, 비올라는 꽃이 조금 작지만 한 포기에서 많은 꽃이 피어나는 매력이 있습니다.
씨앗부터 키우려면 한낮의 무더위가 한풀 꺾인 뒤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종판이나 작은 화분에 배수가 잘되는 파종용 흙을 담고 씨앗을 뿌린 뒤, 씨앗 봉투에 표시된 깊이에 맞춰 가볍게 흙을 덮어 줍니다.
발아할 때까지는 강한 햇볕보다는 밝은 그늘에서 흙이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축축하게 두면 곰팡이나 입고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잎이 여러 장 나오고 모종이 튼튼해지면 화분이나 화단으로 옮겨 심을 수 있습니다. 추운 지역에서는 어린 모종을 너무 늦게 노지에 심기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히 뿌리를 내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분 가득 피어난 팬지와 비올라를 보면 작은 모종 하나가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색을 함께 심으면 봄 화단이나 현관 앞 화분을 밝게 꾸미기 좋습니다.
2. 수레국화, 가을에 직접 씨를 뿌려볼 만한 꽃
파란 꽃이 아름다운 수레국화는 자연스러운 들꽃 정원을 만들고 싶을 때 잘 어울립니다. 흰색과 분홍색, 자주색 등 다양한 색의 품종도 있습니다.
수레국화는 가을 파종이 가능한 대표적인 경관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도 가을에 씨를 뿌린 수레국화는 봄 파종보다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우고 생육이 왕성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수레국화는 가능하면 꽃을 피울 자리에 직접 씨를 뿌리는 것이 편합니다. 화단의 잡초와 돌을 제거하고 흙 표면을 부드럽게 만든 다음 씨앗을 흩어 뿌리거나 줄을 만들어 뿌립니다.
싹이 너무 촘촘하게 올라오면 그대로 두지 말고 솎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포기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햇볕과 바람이 잘 통하고 줄기도 튼튼하게 자랍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품종은 봄철 비바람에 쓰러질 수 있으므로 화단 뒤쪽이나 다른 식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에 심으면 관리하기 좋습니다.
3. 꽃양귀비, 가을에 뿌리면 봄꽃을 일찍 만날 수 있어요
얇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꽃양귀비는 봄 화단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꽃입니다. 빨강뿐 아니라 주황, 분홍, 흰색 등 여러 색의 원예용 품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꽃양귀비 역시 수레국화와 함께 가을 파종이 가능한 대표적인 경관식물입니다. 농촌진흥청 시험에서도 가을에 씨를 뿌린 꽃양귀비는 봄 파종보다 개화가 빨랐고 꽃 수도 많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꽃양귀비는 뿌리가 자리를 잡은 뒤 옮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꽃을 피울 장소에 직접 뿌리는 방법이 좋습니다.
씨앗이 매우 작으므로 한곳에 몰리지 않게 고운 모래나 마른 흙과 섞어 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씨앗을 뿌린 뒤에는 흙으로 두껍게 덮지 말고 씨앗이 흙과 잘 접촉하도록 가볍게 눌러 줍니다.
처음 물을 줄 때 강한 물줄기를 사용하면 작은 씨앗이 한쪽으로 몰릴 수 있으므로 분무기나 가는 물줄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색의 꽃양귀비를 함께 심으면 한 가지 색만 심었을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들꽃 화단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4. 안개꽃, 품종과 월동 조건부터 확인하세요
안개꽃은 작고 하얀 꽃이 가지마다 피어나 다른 꽃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 줍니다. 장미나 수레국화처럼 색이 뚜렷한 꽃과 함께 심으면 화단의 분위기도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다만 안개꽃은 종류에 따라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가 있고 파종 적기와 내한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9월에 뿌리면 모두 노지에서 월동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구입한 씨앗의 품종 설명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개꽃이 특히 싫어하는 것은 지나친 습기입니다. 물이 오래 고이는 흙보다는 배수가 잘되고 햇볕이 충분한 곳이 좋습니다.
파종 후에도 흙을 늘 축축하게 만들기보다 씨앗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고, 싹이 자란 뒤에는 통풍을 확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 가을 파종을 한다면 어린 모종을 화분이나 보호된 장소에서 관리한 뒤 봄에 화단으로 옮기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5. 금잔화, 노랑과 주황으로 화단을 밝히는 꽃
금잔화는 캘린듈라라고도 부르며 노란색과 주황색 꽃이 화단을 환하게 만들어 줍니다. 씨앗이 비교적 커서 다루기 쉬운 편이라 씨앗 파종을 처음 해보는 분도 도전하기 좋습니다.
서늘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더위가 한풀 꺾인 뒤 파종할 수 있지만, 가을에 파종한 금잔화가 모든 지역에서 안전하게 노지 월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이 비교적 온화한 지역에서는 가을 파종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중부 내륙처럼 겨울 추위가 강한 지역이라면 화분이나 보호된 공간에서 어린 모종을 관리하거나 봄 파종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씨앗은 너무 깊지 않게 심고 발아할 때까지 흙이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모종이 자란 뒤에는 햇볕과 통풍이 좋은 장소에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시든 꽃을 그대로 두기보다 꽃대를 정리해 주면 새로운 꽃봉오리가 계속 올라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가을 파종 시기가 다른 이유
가을 꽃씨를 뿌릴 때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지역 차이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같은 가을 파종 경관작물의 경우 중·북부지역에서는 대체로 10월 상순, 남부지역에서는 10월 하순까지 파종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농경지에서 경관작물을 재배할 때의 안내이므로 가정 화단에서는 지역의 첫서리 시기와 구입한 씨앗의 품종 특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9월 초에도 더위가 심하다면 날짜만 보고 서둘러 뿌리기보다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간 뒤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지역에서는 너무 늦게 파종하지 않아야 어린 싹이 겨울 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가을 꽃씨 파종에서 실패를 줄이는 5가지
첫째, 파종 시기보다 기온을 먼저 봅니다. 9월이라고 해도 늦더위가 계속된다면 며칠 기다렸다가 기온이 내려간 뒤 파종하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씨앗을 너무 깊게 묻지 않습니다. 작은 꽃씨일수록 깊게 묻으면 발아하기 어려워집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구입한 씨앗 봉투에 표시된 파종 깊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셋째, 발아 전에는 흙을 완전히 말리지 않습니다. 씨앗이 물을 흡수해 발아를 시작한 뒤 흙이 바싹 마르면 어린 싹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넷째,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지 않습니다. 가을에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흙이 여름보다 천천히 마르므로 과습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 지역에서 월동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같은 꽃이라도 품종과 지역에 따라 내한성이 다릅니다. 특히 어린 모종은 충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강한 추위를 만나면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9월 초에 바로 꽃씨를 뿌려도 될까요?
지역과 기온에 따라 다릅니다. 9월 초에도 한낮 기온이 높다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 봉투의 발아 적온과 지역의 날씨를 확인한 뒤 파종하세요.
가을에 뿌린 꽃씨는 모두 겨울을 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수레국화와 꽃양귀비처럼 가을 파종이 가능한 종류가 있지만, 월동 여부는 품종과 지역 기온, 파종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을 파종은 봄 파종보다 좋은가요?
꽃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농촌진흥청의 경관작물 시험에서는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등 일부 꽃이 가을 파종에서 봄 파종보다 일찍 개화하고 생육이 왕성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꽃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을 화단에 바로 뿌려도 될까요?
수레국화와 꽃양귀비처럼 옮겨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꽃은 직파가 편합니다. 반면 팬지·비올라처럼 작은 모종을 먼저 키운 뒤 원하는 자리에 옮겨 심기 좋은 꽃도 있습니다.
가을에 너무 늦게 파종했다면 어떻게 하나요?
무리하게 늦가을에 파종하기보다는 품종에 따라 봄 파종으로 미루는 것도 방법입니다.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지역에서는 특히 늦은 파종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원365의 생각 — 가을 정원은 내년 봄의 시작입니다
봄이 되면 꽃집에 나온 모종을 보며 어떤 꽃을 심을지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원을 오래 가꾸다 보니 봄 정원은 봄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 하나둘 지고 씨앗이 여무는 늦여름부터 이미 다음 계절의 정원은 시작됩니다.
저도 올해는 봄이 되어서야 꽃을 찾기보다 9월부터 내년 화단을 조금씩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씨앗 한 봉지를 고르고 빈 화단의 자리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오늘 뿌린 작은 씨앗이 당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견디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어느 봄날, 잊고 있던 자리에서 작은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가을 정원은 끝나가는 정원이 아니라 다음 봄을 준비하는 정원입니다.
올가을에는 화단 한쪽에 작은 자리를 마련해 꽃씨 몇 알을 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년 봄에는 그 자리가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될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