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 씨앗 받는 법/ 백일홍·코스모스·메리골드 채종과 보관

여름 내내 정원과 화단을 화려하게 채워 주던 꽃들이 하나둘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모스는 아직 바람에 흔들리고 있지만, 먼저 피었던 꽃 아래에는 벌써 갈색 씨앗이 맺혀 있습니다. 메리골드도 한 포기 안에 새 꽃과 마른 꽃이 함께 보이고, 백일홍 꽃송이 역시 색이 빠지면서 단단하게 말라 갑니다.

예전에는 시든 꽃이 보이면 정원을 깔끔하게 만들 생각으로 꽃대부터 잘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 정리를 조금 늦추고, 건강하게 자란 꽃 몇 송이를 남겨 씨앗을 받아 보려고 합니다. 시든 꽃은 끝난 꽃이 아니라 내년 정원을 준비하는 씨앗 주머니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꽃이 졌다고 바로 자르면 씨앗이 덜 여물 수 있고, 충분히 말리지 않은 씨앗을 봉투에 담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백일홍·코스모스·메리골드를 중심으로 채종 시기와 씨앗 구별법, 건조와 보관 방법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씨앗 받기 전에 먼저 알아둘 것

꽃이 졌다고 바로 씨앗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잎이 떨어진 뒤에도 씨방과 꽃받침이 갈색으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씨앗이 충분히 여뭅니다.

  • 꽃이 완전히 시들었는지 확인합니다.
  • 씨방이나 꽃받침이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 비 오는 날이나 이슬이 남아 있는 아침은 피합니다.
  • 병들지 않고 튼튼하게 자란 포기에서 받습니다.
  •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은 미리 끈이나 리본으로 표시해 둡니다.

정원을 둘러보면 같은 포기에서도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꽃대를 한꺼번에 모두 자르기보다, 바싹 마른 꽃부터 여러 번에 걸쳐 골라 받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든 꽃송이는 모두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어떤 꽃은 속까지 바싹 말라 있었고, 어떤 꽃은 겉만 갈색일 뿐 밑부분에는 아직 초록빛과 수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꽃은 서둘러 자르지 않고 며칠 더 기다려야 합니다.

씨앗 받기 좋은 날과 정확한 시기

맑은 날 오전 10시 이후부터 오후 사이가 씨앗 받기에 적당합니다. 아침 이슬이 마르고 꽃대가 보송해진 뒤 채종해야 보관 중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마른 꽃송이를 만졌을 때 바스락거리고, 씨방이 갈색이나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면 채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씨방이 아직 초록색이고 부드럽다면 씨앗이 덜 여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코스모스처럼 익은 씨앗이 쉽게 떨어지는 꽃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린 뒤 씨앗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씨앗을 받을 꽃 몇 송이를 정해 두고 수시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꽃의 상태 채종 여부 판단 기준
꽃잎만 시든 상태 기다리기 씨방이 초록색이고 촉촉함
씨방이 갈색으로 변하는 중 조금 더 기다리기 꽃대나 꽃받침에 수분이 남아 있음
전체가 바싹 마른 상태 채종하기 만졌을 때 바스락거리고 씨앗이 단단함

백일홍 씨앗 받는 법

백일홍은 꽃송이가 줄기 위에서 충분히 마른 뒤 통째로 잘라 받습니다. 꽃잎의 색이 거의 사라지고 꽃받침과 꽃대까지 갈색으로 마른 꽃을 고릅니다.

마른 꽃송이를 흰 종이나 종이 접시 위에서 천천히 풀어 보면 꽃잎 밑부분에 화살촉이나 창끝처럼 생긴 씨앗이 붙어 있습니다. 꽃송이 안에서 나오는 모든 조각이 씨앗은 아닙니다. 속이 비어 납작하거나 지나치게 가벼운 것은 제외하고, 통통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꽃송이 전체가 갈색으로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2. 맑고 건조한 날 꽃대 아래를 가위로 자릅니다.
  3. 흰 종이 위에서 꽃송이를 손으로 풀어 줍니다.
  4. 통통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냅니다.
  5. 그늘에서 추가로 말린 뒤 봉투에 담습니다.

백일홍을 꽃색별로 나누어 보관하고 싶다면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미리 표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 완전히 마른 뒤에는 원래 어떤 색이었는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 씨앗 받는 법

코스모스는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길고 가느다란 갈색 씨앗이 둥글게 모였을 때 받습니다. 충분히 익은 씨앗은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쉽게 떨어집니다.

우리 정원의 코스모스를 살펴보니 한 포기 안에서도 새로 피는 꽃과 이미 갈색으로 마른 꽃자리가 함께 보였습니다. 이때 줄기 전체를 자르면 아직 피어날 꽃까지 잃게 됩니다. 따라서 마른 꽃자리만 골라 작은 봉투나 그릇을 아래에 받치고 떼어 내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모스 씨앗은 끝이 뾰족하고 가늘어 바람에 잘 날립니다. 야외에서 바로 손질하기보다 꽃자리째 종이봉투에 담아 온 뒤, 바람이 없는 실내에서 씨앗을 분리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메리골드 씨앗 받는 법

메리골드는 마른 꽃봉오리의 밑부분을 열면 검고 길쭉한 씨앗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씨앗의 한쪽은 검거나 짙은 갈색이고 반대쪽에는 옅은 색의 가느다란 부분이 붙어 있어 작은 붓처럼 보입니다.

메리골드는 시든 꽃을 계속 잘라 주면 새 꽃이 오래 피지만, 모든 꽃을 잘라 버리면 씨앗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올해는 건강하게 자란 꽃 몇 송이만 씨앗용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 시든 꽃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꽃봉오리가 겉으로 말라 보여도 안쪽은 눅눅할 수 있습니다. 씨앗을 꺼냈을 때 부드럽거나 습기가 느껴진다면 바로 봉투에 넣지 말고 종이 위에 펼쳐 충분히 말려야 합니다.

그 밖에 받아 두기 쉬운 여름꽃 씨앗

처음 채종한다면 씨앗이 눈에 잘 보이고 비교적 다루기 쉬운 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꽃 이름 씨앗의 특징 주의할 점
나팔꽃 마른 둥근 꼬투리 안에 검은 씨앗이 들어 있음 꼬투리가 갈색으로 마른 뒤 채종
분꽃 검고 단단한 둥근 씨앗이 한 알씩 맺힘 익으면 쉽게 떨어지므로 수시로 확인
봉숭아 익은 꼬투리가 손에 닿으면 터짐 봉투나 그릇을 아래에 받치고 채종
채송화 작은 씨방 안에 아주 미세한 씨앗이 들어 있음 흰 종이 위에서 받아야 찾기 쉬움

받은 씨앗은 그늘에서 충분히 말리기

채종한 씨앗은 바로 밀폐하지 말고 통풍이 되는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야 합니다. 겉으로 마른 꽃송이도 안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복사용지나 종이 접시 위에 씨앗을 겹치지 않게 펼쳐 놓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약 일주일 정도 말립니다. 날씨가 습하거나 씨앗을 꽃송이째 받았다면 건조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습니다.

강한 햇볕이나 뜨거운 자동차 안에 두면 씨앗이 지나치게 가열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리는 동안 하루에 한 번 정도 가볍게 뒤집어 주고, 곰팡이가 보이거나 냄새가 이상한 씨앗은 다른 씨앗과 분리해 버립니다.

꽃씨는 일반적으로 물에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에 적시면 다시 말리는 과정이 길어지고, 충분히 건조되지 않았을 때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씨앗과 꽃잎 찌꺼기 분리하기

충분히 마른 꽃송이는 흰 종이나 넓은 쟁반 위에서 풀어 줍니다. 씨앗이 작은 종류는 입으로 껍질을 불어내다가 알맹이까지 잃을 수 있으므로 손이나 작은 핀셋으로 천천히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모든 껍질과 솜털을 완벽하게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서진 꽃잎과 굵은 줄기처럼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큰 찌꺼기만 제거해도 가정에서 보관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씨앗이 통통하고 단단한지 살펴보고, 속이 빈 듯 납작하거나 색이 지나치게 연한 씨앗은 제외합니다. 다만 씨앗의 정상적인 모양은 꽃 종류마다 다르므로 백일홍의 선별 기준을 코스모스나 메리골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내년 발아율을 지키는 씨앗 보관법

꽃씨는 완전히 말린 뒤 서늘하고 건조하며 어두운 곳에 보관합니다. 씨앗을 종류별로 종이봉투에 담고, 그 봉투들을 밀폐용기나 지퍼백 안에 모아 두면 관리하기 편합니다.

  • 봉투에 꽃 이름과 꽃 색깔을 적습니다.
  • 씨앗을 받은 연도와 날짜를 기록합니다.
  • 채종한 장소를 적으면 다음 해 비교하기 좋습니다.
  • 밀폐용기 안에는 포장된 실리카겔을 함께 넣을 수 있습니다.
  • 습기가 많은 싱크대 주변이나 햇볕이 드는 창가는 피합니다.

쌀도 습기를 어느 정도 흡수하지만, 장기간 보관하면 쌀 자체에 벌레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씨앗 보관용 제습제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깨끗하게 포장된 실리카겔이나 새 제습제를 사용합니다. 제습제 내용물이 씨앗과 직접 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냉장 보관도 가능하지만 냉장고 안팎을 자주 오가면 온도 차로 봉투에 결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었다면 파종할 때까지 밀폐 상태를 유지하고, 꺼낸 뒤에는 용기를 바로 열지 말고 실온과 온도가 비슷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을 심어도 같은 꽃이 나오지 않는 이유

직접 받은 씨앗을 심어도 올해와 똑같은 색과 모양의 꽃이 핀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구입한 모종이나 씨앗이 F1 교배종이었다면 다음 세대에서 꽃색과 키, 꽃잎의 겹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같은 종류의 다른 품종이 함께 피어 있었다면 벌과 나비에 의해 자연스럽게 교잡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채종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씨앗으로 번식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저는 이 점도 씨앗을 받아 심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와 같은 꽃을 기다렸는데 조금 다른 색이 나올 수도 있고, 여러 포기 가운데 유난히 튼튼한 꽃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같은 색과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면 검증된 종자를 새로 구입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씨앗 받기 실수

  • 씨방이 초록색일 때 자르는 것: 씨앗이 충분히 여물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 덜 마른 씨앗을 밀폐하는 것: 곰팡이와 부패의 원인이 됩니다.
  • 꽃 이름을 적지 않는 것: 겨울이 지나면 씨앗만 보고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 병든 포기에서 받는 것: 건강하고 생육이 좋았던 포기를 선택합니다.
  • 한 송이에서만 받는 것: 여러 건강한 꽃에서 나누어 받으면 씨앗을 고를 여유가 생깁니다.
  • 모든 씨앗에서 같은 꽃이 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교배종과 자연교잡으로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원365의 생각

정원을 가꾸면서 꽃이 피는 순간만 기다렸지만, 올해는 꽃이 진 뒤의 모습도 조금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시든 꽃대를 바로 잘라 내지 않고 기다리니 그 안에서 씨앗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보입니다.

씨앗 받기는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가 기른 꽃의 한 해를 끝까지 지켜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꽃이 가장 화려할 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색이 바래고 마른 뒤 그 안에 남은 다음 계절까지 챙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백일홍과 코스모스, 메리골드 가운데 건강하게 자란 꽃 몇 송이를 골라 씨앗을 받아 보려고 합니다. 내년 봄 그 씨앗에서 어떤 꽃이 올라올지는 아직 모릅니다. 올해와 꼭 같은 꽃이 아니더라도, 우리 정원에서 받은 씨앗이 다시 우리 정원에서 싹을 틔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울 것 같습니다.

여름꽃 씨앗 받기 자주 묻는 질문

꽃이 시들자마자 씨앗을 받아도 되나요?

꽃잎만 시든 상태라면 아직 이릅니다. 씨방이나 꽃받침이 갈색으로 변하고, 만졌을 때 바스락거릴 정도로 마른 뒤 받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은 햇볕에 말리면 더 잘 마르지 않나요?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종이 위에 펼쳐 통풍이 잘되는 실내 그늘에서 충분히 말립니다.

씨앗을 냉장고에 꼭 넣어야 하나요?

반드시 냉장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 동안 온도와 습도 변화가 적은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가 있다면 그곳에 보관해도 됩니다.

받은 씨앗을 심으면 올해와 같은 꽃이 피나요?

고정된 품종이라면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F1 교배종이거나 다른 품종과 자연교잡된 경우에는 꽃색과 모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씨앗은 몇 년 동안 보관할 수 있나요?

꽃의 종류와 보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오래 보관할수록 발아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직접 받은 씨앗은 가능하면 다음 파종 시기에 먼저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의 정원에서는 어떤 여름꽃이 가장 오래 피었나요? 시든 꽃송이를 정리하기 전에 씨앗이 여물었는지 한 번 살펴보세요.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내년 정원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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