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덩굴이 너무 무성한데 잘라야 할까?|8월 고구마 관리와 수확 전 확인할 것
8월 중순, 고구마밭에 나가 보니 어느새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잎이 빽빽해졌다. 봄에 몇 가닥씩 심었던 고구마 순이 맞나 싶을 만큼 덩굴이 서로 얽혀 밭 전체를 뒤덮고 있다. 멀리서 보면 초록색 이불을 펼쳐 놓은 것 같다.
잎을 들춰 안쪽을 살펴보니 줄기도 제법 굵어졌다.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잘 키운 것 같아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생긴다.
‘잎과 줄기로만 영양분이 가는 것은 아닐까? 덩굴을 조금 잘라 줘야 땅속 고구마가 굵어지는 건 아닐까?’
고구마를 직접 키우다 보면 7월까지는 잘 살아 있는지가 걱정인데, 8월이 되면 오히려 너무 잘 자라는 것이 걱정이다. 예전에는 고구마 덩굴을 한 번씩 들어 뒤집어 줘야 고구마가 굵어진다는 이야기도 흔히 들었다.
그런데 고구마가 한창 굵어지는 시기에는 잎과 줄기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잎에서 만들어진 양분이 땅속 저장뿌리로 이동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구마 덩굴이 무성한 8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우리 밭의 모습을 살펴보며 정리해 본다.
1. 잎이 이렇게 무성해도 괜찮을까?
지금 우리 밭의 고구마는 사진에서 보듯 잎이 거의 빈틈없이 밭을 덮고 있다. 잎 색도 대체로 진한 초록색이고, 덩굴을 들춰 보니 줄기도 굵고 힘이 있다. 일부 잎에는 벌레가 먹은 흔적이 있지만 전체적인 생육을 크게 해칠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정도로 잎이 무성하면 가장 먼저 ‘순만 자라고 고구마는 안 달리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그러나 잎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구마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고구마는 우리가 먹는 부분이 줄기에 달리는 열매가 아니라 땅속에서 굵어진 저장뿌리다. 저장뿌리는 생육 초기에 형성되기 시작하고 이후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이동하면서 점점 굵어진다. 실제로 고구마의 저장뿌리는 심은 직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하고, 생육 후반에는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뿌리로 이동하며 비대가 진행된다.
따라서 8월의 건강한 잎은 단순히 영양분을 빼앗아 가는 존재가 아니다. 고구마를 굵게 만드는 데 필요한 양분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다만 잎과 덩굴이 지나치게 왕성한데 수확할 때 고구마가 작다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질소질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준 경우다. 과도한 질소는 고구마의 수량과 품질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덩굴이 이미 충분히 무성한 지금 시점에 ‘고구마를 더 크게 만들겠다’며 질소 비료를 추가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2. 무성한 고구마 덩굴, 잘라 주면 고구마가 굵어질까?
잎을 헤치고 안쪽으로 손을 넣어 보니 덩굴이 생각보다 굵다. 여러 줄기가 서로 겹치고 꼬여 있어서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뻗었는지 찾기도 어렵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위로 조금 정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고구마를 수확하기 위해 키우는 중이라면 무성하다는 이유만으로 덩굴을 마구 잘라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고구마 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저장뿌리로 이동해 고구마가 굵어지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건강한 잎과 덩굴을 한꺼번에 많이 잘라내면 오히려 양분을 만드는 면적을 줄이는 셈이 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가정재배 안내에서도 뿌리 수확을 목적으로 땅에서 재배할 때는 가지치기를 피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물론 덩굴이 통로까지 지나치게 뻗어 작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작물을 완전히 덮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이럴 때는 덩굴 전체를 짧게 잘라버리기보다 방향을 돌려 밭 안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먼저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일부를 최소한으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
사진 속 우리 밭 정도라면 나는 지금 굳이 가위를 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잎이 서로 겹쳐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지금부터는 땅 위의 모양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건강한 잎을 유지하면서 땅속 고구마가 자랄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구마 덩굴이 많다고 고구마가 작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덩굴을 많이 자른다고 고구마가 갑자기 굵어지는 것도 아니다. 보기에는 조금 복잡하더라도 지금은 고구마가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저장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이 낫다.
3. 고구마 덩굴은 뒤집어 줘야 할까?
고구마를 오래 재배한 분들에게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 있다.
“고구마 순을 한 번 들어서 뒤집어 줘야 해.”
덩굴이 땅에 닿으면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떼어 줘야 원래 심은 자리의 고구마가 굵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고구마 줄기의 마디에는 뿌리가 될 수 있는 조직이 있고, 줄기가 흙과 닿은 곳에서 새로운 뿌리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구마밭 전체의 덩굴을 주기적으로 들어 올려 뿌리를 끊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덩굴을 심하게 들어 올리고 뒤집는 과정에서는 줄기와 잎이 상할 수 있고, 멀쩡한 식물을 불필요하게 건드리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밭 전체가 덩굴로 뒤덮인 상태에서 하나씩 뒤집으려 하면 오히려 줄기가 꺾이거나 잎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우리 밭의 잎을 살짝 들춰 보니 멀칭비닐 위로 굵은 줄기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검은 비닐 위를 지나는 부분은 흙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 마디뿌리가 땅에 깊게 자리 잡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상태라면 더더욱 ‘덩굴 뒤집기’를 일부러 할 필요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원래 심었던 포기의 밑동이 건강한지, 덩굴이 꺾이거나 병들지는 않았는지, 흙의 수분 상태가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축축하지 않은지다.
고구마밭이 무성해졌다고 해서 무언가를 반드시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건드리지 않고 잘 자라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중요한 관리다.
4. 8월에는 덩굴보다 땅속 고구마를 생각할 때
8월 중순의 고구마밭에서 더 중요한 것은 덩굴의 길이가 아니라 앞으로 저장뿌리가 굵어질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구마는 품종과 재배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정식 후 약 90~120일 정도를 수확의 한 기준으로 삼는다. 다만 ‘며칠이 됐으니 무조건 캔다’기보다는 심은 날짜와 품종, 뿌리 크기, 가을 기온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고구마는 일정한 순간에 과일처럼 완전히 익어 성장을 멈추는 작물이 아니라 생육 조건이 맞으면 저장뿌리가 계속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물 관리도 중요하다. ‘고구마는 가뭄에 강하다’는 말만 믿고 한창 뿌리가 굵어지는 시기에 지나치게 말리는 것도 좋지 않다. 생육 후반의 저장뿌리 비대 과정에서는 토양의 수분도 필요하며, 지나친 건조는 비대를 늦출 수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건조했다가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거나 물을 과하게 주는 식의 급격한 수분 변화도 좋지 않다. 특히 수확을 앞둔 시기에 과도한 수분이 공급되면 고구마가 갈라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8월이라고 무조건 물을 많이 주거나 끊기보다는 흙 상태와 날씨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비가 충분히 왔다면 굳이 더 줄 필요가 없고, 오랫동안 비가 없고 흙이 지나치게 말랐다면 한 번에 겉만 적시기보다 뿌리 쪽까지 수분이 전달되도록 관리한다.
우리 밭의 고구마는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잘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덩굴을 억지로 자르고 뒤집는 것이 아니라, 잎의 건강 상태와 토양 수분을 살피면서 남은 생육기간을 지켜보는 것에 가깝다.
수확 전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고구마 수확 날짜는 달력 하나만 보고 정하기 어렵다. 언제 순을 심었는지가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고, 품종과 기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가정 텃밭이라면 수확 시기가 가까워졌을 때 포기 전체를 캐기 전에 가장자리 한쪽을 조심스럽게 확인해 고구마 크기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실제 가정원예 지침에서도 늦여름부터 일부 뿌리의 크기를 확인하거나, 정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뿌리 크기를 확인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수확할 때가 되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고구마 껍질은 캐낸 직후 매우 약해 삽이나 호미에 상처가 나거나 서로 부딪혀 껍질이 벗겨지면 저장성이 떨어진다. 캐자마자 흙을 깨끗하게 씻어내기보다는 상처를 최소화해 수확하고 적절히 큐어링하는 것이 저장에 유리하다.
아직 우리 밭은 초록 잎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지금 사진만으로 땅속 고구마가 얼마나 굵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괜히 한 포기를 파헤쳐 보기보다는 심은 날짜를 기준으로 조금 더 기다렸다가 수확 시기가 가까워지면 확인해 볼 생각이다.
그때 실제 고구마를 캐면서 ‘잎이 이렇게 무성했던 고구마밭, 땅속에는 얼마나 달렸을까?’를 다시 기록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원365의 생각|무성하다고 꼭 손댈 필요는 없었다
고구마밭 앞에 서면 사람 마음이 참 재미있다. 잘 자라지 않을 때는 왜 안 자라나 걱정하고, 이렇게 무성해지고 나면 또 너무 자라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오늘도 덩굴을 들춰 보면서 ‘좀 잘라 줘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고구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 눈에 보기 좋게 가지런해지는 일이 아니었다. 초록 잎으로 햇빛을 받고 그 힘을 땅속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텃밭을 가꾸다 보면 무언가를 해주는 것만이 돌봄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물을 더 주고, 비료를 더 주고, 가지를 더 잘라 주는 것보다 지금은 손대지 않아도 되는 때를 알아보는 것도 농사의 한 부분이다.
흙 위에서는 잎만 보이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흙 아래에 있다.
올가을 고구마를 캐는 날, 오늘 사진 속 이 무성한 덩굴 아래에서 어떤 고구마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때 다시 한 번 바구니를 들고 밭으로 나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