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키우기|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래 꽃 피우는 5가지 관리법

백일홍은 이상하게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 눈에 들어오는 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꽃이었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로 흔한 꽃이라는 생각에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여름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꽃이 되었다. 알록달록이 유치함에서 예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더구나 장마가 지나고 다른 꽃들이 조금씩 지친 기색을 보일 때도 백일홍은 빨강, 주황, 분홍, 노랑으로 제 자리를 지킨다. 이름 그대로 정말 백 일 동안 꽃을 피우는 건가 싶어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초여름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 때까지 오래 꽃을 보는 건 분명하다.

나도 처음에는 백일홍을 거의 손 안 가는 꽃으로 생각했다. 씨앗을 뿌려도 잘 올라오고, 볕이 뜨거워도 잘 버티니 알아서 크겠지 했다. 그런데 몇 해 키우다 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한쪽은 키만 훌쩍 커서 비 한 번 오면 쓰러지고, 어떤 포기는 잎만 무성하고 꽃이 드문드문 달렸다. 장마 뒤에는 잎에 하얀 가루가 번지기도 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손을 보기 시작했다. 자리를 바꾸고, 물주는 방식을 고치고, 시든 꽃을 자주 잘라 주었다. 그랬더니 백일홍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또 많이 꽃을 보여 주었다. 오늘은 내가 여름마다 백일홍을 키우며 알게 된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백일홍은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제 모습이 나온다

백일홍을 키우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꽃은 볕을 정말 좋아한다는 점이다. 반그늘에서도 죽지는 않지만, 꽃을 제대로 보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전에 화단 가장자리, 오후가 되면 나무 그림자가 드는 자리에 심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잘 자라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줄기만 길어지고 마디 사이가 벌어지면서 꽃대가 가늘어졌다. 반대로 하루 종일 볕이 드는 쪽에 심은 백일홍은 키가 아주 크지 않아도 줄기가 단단했고 꽃 수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백일홍을 심을 때 가장 먼저 햇빛부터 본다. 적어도 반나절 이상 볕이 드는지, 큰 나무나 담장 그림자가 오래 머물지는 않는지를 살핀다. 베란다라면 밝은 창가가 좋지만, 여름 내내 실내에 있던 모종을 갑자기 강한 직사광선에 내놓으면 잎이 상할 수 있으니 며칠 적응시키는 편이 낫다.

백일홍은 원래 멕시코를 비롯한 따뜻한 지역에서 온 꽃이라 더위와 햇빛에 꽤 강하다. 하지만 ‘더위에 강하다’와 ‘아무 데나 두어도 잘 핀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꽃을 많이 보고 싶다면 결국 볕 좋은 자리가 기본이다.

2. 물은 자주보다 한 번 줄 때 제대로 준다

백일홍은 물 때문에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꽤 많았다. 특히 여름에는 흙이 마르는 것이 걱정돼 조금씩 자주 물을 주기 쉬운데, 나는 오히려 그 방식에서 문제가 생겼다.

화분에 심은 백일홍을 매일 조금씩 적셔 주었더니 겉흙은 늘 촉촉했지만, 줄기 밑동이 힘없이 물러지는 포기가 나왔다. 그 뒤로는 물주기 방식을 바꿨다. 겉흙이 어느 정도 마른 것을 확인한 뒤 한 번 줄 때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올 만큼 충분히 준다. 그리고 다시 흙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노지에 심은 백일홍은 화분보다 훨씬 물주기가 수월하다. 뿌리가 넓게 뻗을 수 있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며칠의 더위도 잘 견딘다. 반면 화분은 한여름이면 하루 만에 바싹 마르는 경우도 있어 아침마다 흙을 한 번씩 만져보는 편이 좋았다.

물을 줄 때는 잎과 꽃에 계속 뿌리기보다 뿌리 쪽 흙을 적신다. 특히 장마 뒤처럼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젖은 잎이 오래 마르지 않으면 흰가루병이나 곰팡이병이 번지기 쉽다.

나는 백일홍 물주기를 하면서 ‘날짜보다 흙을 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실감했다. 매일 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며칠에 한 번이라고 정해 두는 것도 아니다. 그날 흙이 얼마나 말랐는지가 기준이 된다.

3. 너무 빽빽하게 심으면 여름에 꼭 티가 난다

봄에 모종을 심을 때는 포기 사이가 넓어 보여 괜히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 촘촘히 심게 되는데, 7월이 지나고 나면 그 선택을 후회할 때가 많다.

백일홍은 생각보다 옆으로도 많이 퍼지고 품종에 따라 키도 제법 커진다. 처음에 작은 모종이던 것이 장마를 한 번 지나면 서로 잎이 맞닿고 줄기가 엉키기 시작한다. 그러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아래쪽 잎부터 누렇게 지거나 하얀 가루가 생기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 심을 때 조금 허전해 보여도 자리를 넉넉하게 둔다. 키가 큰 품종은 더 여유 있게, 왜성종은 조금 촘촘하게 심는다. 화단 흙도 너무 질고 물이 고이는 곳은 피한다. 비가 온 뒤 하루 이틀 지나도 물기가 그대로 남는 자리라면 백일홍 뿌리가 편할 리 없다.

분갈이 흙을 쓴다면 펄라이트나 마사토를 조금 섞어 물빠짐을 좋게 한다. 그렇다고 흙을 지나치게 메마르게 만들 필요는 없다. 백일홍은 다육식물처럼 아주 건조한 흙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물이 고이지 않으면서도 뿌리가 쉽게 뻗을 수 있는 흙을 좋아한다.

몇 년 키워보니 여름 꽃은 무엇을 더 해주는 것보다, 통풍과 배수를 먼저 챙기는 것이 일이 덜 생겼다.

4. 시든 꽃을 잘라 주면 정말 오래 핀다

백일홍을 오래 피우는 데 내가 가장 효과를 본 것은 비료보다도 시든 꽃을 자주 잘라 주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꽃이 진 뒤에도 그대로 두었다. 꽃잎은 마르고 가운데 씨방이 굵어지면서 식물은 씨앗을 만드는 쪽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새 꽃봉오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뒤로는 진 꽃을 발견하면 꽃대 아래 잎이 달린 마디쯤에서 잘라 준다. 그러면 그 아래에서 다시 곁가지가 나오고 새로운 꽃대가 올라온다. 눈으로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어릴 때 한 번 순지르기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종이 너무 길게 올라가기 전에 끝을 살짝 잘라 주면 옆가지가 나오면서 포기가 풍성해진다. 다만 이미 한여름까지 자란 백일홍을 갑자기 심하게 자르는 것은 조심한다. 더위에 지친 상태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정리하는 편이 낫다.

장마 뒤 너무 웃자라 쓰러질 듯한 포기는 전체를 과하게 자르기보다 약한 가지와 엉킨 부분을 먼저 정리한다. 그렇게 바람길을 열고 난 뒤 며칠 지켜보면 식물이 다시 균형을 잡는 경우가 많다.

백일홍이라는 이름처럼 오래 꽃을 보려면 결국 식물이 씨앗을 맺고 일을 끝내려는 시기를 조금씩 늦춰 주는 셈이다.

5. 한여름에는 흰가루병을 먼저 살핀다

백일홍을 키우면서 가장 자주 만난 문제는 역시 흰가루병이었다. 어느 날 멀쩡하던 잎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것 같은 흰 점이 보이고, 며칠 지나면 옆잎으로 번진다.

특히 장마 뒤 잎이 무성하고 밤낮의 습도 차이가 커질 때 잘 보였다. 나는 예전에는 증상이 꽤 진행된 뒤에야 발견했는데, 한번 번지고 나면 병든 잎을 정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갔다.

그래서 지금은 백일홍 옆을 지날 때 잎 앞면만 보지 않고 아래쪽과 뒷면도 가끔 살핀다. 처음 몇 장에만 나타났다면 바로 따서 치우고, 포기 사이를 조금 정리해 바람이 통하게 한다.

진딧물도 새순이나 꽃봉오리에 붙을 때가 있다. 잎이 이상하게 말리거나 꽃봉오리 주변이 끈적하면 한번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응애는 건조하고 더운 시기에 잎 색이 얼룩덜룩해지는 것으로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병해충이 보인다고 바로 이것저것 뿌리기보다 먼저 원인을 살핀다. 너무 빽빽한지, 물을 잎에 계속 뿌리고 있지는 않은지, 병든 잎이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은지를 본다. 초기라면 이런 환경만 고쳐도 훨씬 나아지는 경우가 있다.

결국 백일홍도 약보다 매일 한 번씩 보는 눈이 더 중요했다.

정원365 가드너의 생각

백일홍을 보면 여름꽃다운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잎이 섬세하거나 향기가 강한 것도 아닌데, 한여름 볕 아래서 오래 버티는 모습에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봄에는 모종 하나가 작아 보이고, 장마가 지나면 너무 커져서 걱정스럽고, 8월에는 시든 꽃을 매일 잘라야 할 만큼 꽃이 계속 올라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침 공기가 서늘해질 때도 여전히 몇 송이는 남아 있다.

그래서 백일홍을 키우는 일은 많이 돌보는 것보다 때를 놓치지 않는 일에 가깝다고 느낀다. 볕 좋은 자리에 심고, 물은 흙을 보고 주고, 너무 빽빽해지면 조금 비워 주고, 꽃이 지면 잘라 주는 것.

그 몇 가지를 반복하다 보면 백일홍은 생각보다 오래 정원을 지켜 준다.

나는 가을 문턱까지 남아 있는 백일홍을 볼 때마다 ‘이 꽃은 이름을 참 잘 지었구나’ 생각한다. 정말 백 일을 세어보지는 않아도, 여름 한철을 함께 지냈다는 느낌만큼은 분명히 남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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