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까?|화분 가꾸기가 마음에 좋은 이
작은 화분이 우리 마음에 주는 뜻밖의 변화
카페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다 하루를 끝내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향합니다. 물을 주고, 새잎을 살피고, 마른 잎을 정리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생각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집니다.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마음은 전보다 차분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한 가지 궁금해집니다. 정말 식물을 키우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원예 활동과 자연 환경이 사람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여러 연구에서는 식물을 돌보거나 자연과 접촉하는 활동이 긴장을 낮추고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물론 식물이 스트레스를 치료하거나 우리의 고민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고 흙과 잎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식물이 주는 쉼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정원을 가꾸며 느낀 경험과 함께, 식물을 돌보는 일이 왜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식물을 돌보면 마음이 현재에 머무릅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우리의 생각은 현재보다 과거나 미래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일은 또 어떻게 하지.'
한 가지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오면서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계속 다른 곳을 떠돌게 됩니다.
그런데 화분 하나를 돌보기 시작하면 조금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흙이 말랐는지 손으로 확인하고, 잎에 먼지가 앉았는지 살펴봅니다. 새잎이 나왔는지 보고 물을 줄 때가 되었는지도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이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지금 이 순간'으로 향합니다. 복잡한 생각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흙과 잎, 물의 감촉에 잠시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 역시 바쁜 날이면 정원부터 한 바퀴 돌아봅니다. 꽃이 핀 목수국을 보고, 마른 꽃을 정리하고, 화분 흙을 손끝으로 눌러 봅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데도 마음은 조금 차분해집니다. 아마 식물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문제를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 원예 활동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까?
"식물을 키우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라는 말은 단순한 경험담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원예치료와 환경심리학 분야에서는 식물을 돌보거나 자연과 접촉하는 활동이 사람의 심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대상과 방법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예 활동이 긴장이나 불안을 낮추고 기분과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스트레스를 치료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의학적 치료를 대신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원예 활동이 일상에서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마음을 환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식물을 돌보는 동안에는 생활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집니다. 물을 주기 전에 흙을 살펴보고, 새잎을 발견하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꽃봉오리가 생기면 며칠이고 꽃이 피기를 기다립니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스마트폰 알림은 계속 울리고 해야 할 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오늘 물을 준다고 내일 갑자기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바라본다고 눈앞에서 쑥쑥 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식물은 언제나 자신의 속도로 자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식물을 키우며 배우는 것은 재배 기술만이 아니라 천천히 기다리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3. 작은 성취감도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입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뜻대로 되는 일이 없으면 누구나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날에는 자신감도 조금씩 흔들립니다.
그런데 식물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가 눈에 보입니다.
며칠 전 물을 준 화분에서 새잎이 올라오고, 조그맣던 꽃봉오리가 조금씩 커집니다. 연한 초록이던 잎이 짙어지고 어느 날에는 기다리던 꽃이 활짝 피기도 합니다.
모두 사소해 보이는 변화지만 내가 돌본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내가 잘 돌보고 있구나' 하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식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활짝 핀 꽃만큼이나 새순 하나가 반갑습니다.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정원을 걷다가 어제는 보이지 않던 새순을 발견하면 괜히 발걸음을 멈춥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그런 순간이 하루를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행복은 커다란 사건에서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잎 하나가 보여 주는 초록빛 변화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4. 스트레스가 많은 날, 식물과 10분만 함께해 보세요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창가에 화분 하나가 있다면 하루 10분 정도만 식물에게 집중해 보세요.
첫째, 화분의 흙을 손으로 만져 봅니다.
흙이 촉촉한지, 물을 줄 때가 되었는지 천천히 확인합니다.
둘째, 마른 잎이나 시든 꽃을 정리합니다.
식물이 깔끔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셋째, 잎에 앉은 먼지를 부드럽게 닦아 줍니다.
잎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작은 변화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넷째, 새잎이나 꽃봉오리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어제는 없던 작은 새순 하나를 발견하는 것도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입니다.
다섯째, 오늘의 식물을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봅니다.
사진을 모아 두면 식물이 자라는 과정뿐 아니라 그 식물과 함께한 나의 시간도 기록됩니다.
이 다섯 가지를 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식물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넓은 정원을 만들 필요도 없고 커다란 화분을 여러 개 들여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스킨답서스 한 포트나 로즈메리 같은 작은 허브 화분 하나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식물의 종류보다 매일 잠시라도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정원365 가드너의 생각
저는 식물을 키우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고민을 식물이 대신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나갑니다. 꽃을 바라보고, 마른 잎을 정리하고, 새로 올라온 작은 잎을 발견하는 동안 생각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물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존재라기보다, 문제를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시간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은 꽃을 많이 피우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흙을 만지고 잎을 바라보고 작은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깁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힘들었다면 거창한 위로를 찾기보다 작은 화분 하나를 천천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식물이 아니라, 그 식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정원365는 식물을 키우는 방법뿐 아니라,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도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