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다녀왔어요|서울숲에서 본 올해 정원 트렌드
연휴가 시작하는 아침, 창가의 화분에 물을 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초록 하나가 건네는 위로도 이렇게 큰데, 도시 전체가 정원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마침 서울숲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둘러보기는 했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던 정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비에 젖은 서울숲은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나뭇잎은 더 짙어 보였고 꽃과 풀은 빗물을 머금어 생기가 돌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박람회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요즘 달라지고 있는 정원의 모습을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울숲에서 만난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비가 내리는 서울숲을 걷다 보니 화려한 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원과 사람의 관계였습니다.
정원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무 아래 잠시 쉬는 사람,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걷는 사람, 식물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원이 단순히 꽃을 심어 놓고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걷고 쉬고 머무는 생활 공간이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원이라고 하면 잘 가꾼 개인주택의 마당부터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서울숲을 걷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도시의 공원과 길, 작은 쉼터도 충분히 하나의 정원이 될 수 있겠구나.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나무가 짙어졌다가 단풍이 드는 모습을 시민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도시가 가진 큰 정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러 정원을 둘러보며 눈에 들어온 것
박람회의 정원들은 단순히 예쁜 꽃을 많이 심어 놓은 공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곳은 자연스러운 풀과 여러해살이식물을 활용했고, 어떤 곳은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식물 자체보다 식물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정원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처럼 실제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이 꽤 흥미롭습니다.
집에서 정원을 가꾸다 보면 처음에는 꽃을 많이 피우는 데 관심이 갑니다. 저 역시 봄이면 어떤 꽃을 더 심을까부터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꽃이 아무리 예뻐도 한여름 폭염에 모두 시들어 버리거나, 물을 너무 많이 요구하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자리의 햇빛과 흙, 기후에 잘 맞는 식물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해마다 다시 살아납니다.
좋은 정원은 많이 심는 정원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식물을 잘 선택한 정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원마켓에서 한참 발길이 머물렀습니다
박람회를 둘러보며 제가 유난히 오래 머문 곳은 정원마켓이었습니다.
다양한 반려식물과 화분, 가드닝 용품과 정원 소품을 보고 있으니 넓은 마당이 없어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작은 테라코타 화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결국 사지는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꼭 넓은 땅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창가의 화분 하나, 베란다 한쪽에 놓은 식물 몇 포기에서도 정원은 시작됩니다.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는 식물 하나하나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새잎 하나가 올라오는 변화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2026년 정원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기후'
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며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정원이 기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원을 만들 때 어떤 꽃이 예쁜지, 어떤 색을 조합할지를 먼저 생각했다면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여름 폭염을 얼마나 견디는지, 비가 많이 내려도 뿌리가 상하지 않는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지 같은 현실적인 조건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저도 정원을 가꾸면서 이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장마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걱정하고, 장마가 끝나면 며칠 만에 흙이 바싹 말라 다시 물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정원은 화려한 꽃을 많이 심는 것보다 우리 지역의 기후에 잘 적응하는 식물을 선택하고 물과 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것 같습니다.
여러해살이풀과 토종식물, 건조에 비교적 강한 식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원은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본 것은 정원 안의 작은 생태계였습니다.
꽃에는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나무에는 새가 머뭅니다. 떨어진 잎과 가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정원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하면 이런 작은 생명들이 머물 공간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꽃이 지면 바로 자르고 낙엽이 떨어지면 깨끗하게 치워야 좋은 정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남겨 두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람의 눈에 맞게 정리하기보다 다른 생명도 잠시 머물 수 있도록 여백을 두는 것입니다.
예쁜 정원에서 살아 있는 정원으로.
앞으로 정원을 가꾸면서 제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은 방향이기도 합니다.
박람회에서 집으로 이어진 반려식물 이야기
서울숲을 다녀온 뒤 오래 남은 생각은 의외로 거창한 정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초록 하나를 더 들여놓고 싶다.'
넓은 정원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 하나, 베란다 한쪽 작은 자리만 있어도 식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반려식물을 고를 때는 예쁜 식물을 먼저 고르기보다 우리 집 환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햇빛은 하루 몇 시간 들어오는지, 여름에는 얼마나 더운지, 내가 물을 얼마나 자주 챙길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 조건에 맞는 식물을 골라야 오래 함께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예쁜 모습에 끌려 데려왔다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식물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는 식물을 볼 때 '예쁘다' 다음으로 '우리 집에서 잘 살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 작은 차이가 식물과 오래 함께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정원365 가드너의 생각
비 때문에 서울숲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비가 와서 오히려 더 천천히 걸었습니다. 우산 아래에서 젖은 나무를 바라보고, 빗물이 맺힌 풀과 꽃을 가까이 들여다보았습니다.
화창한 날이었다면 화려한 꽃부터 보았을 텐데, 그날은 정원을 이루고 있는 평범한 초록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숲에서 만난 정원은 하루의 산책으로 끝났지만, 집으로 돌아와 창가의 화분을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정원은 꼭 넓을 필요도, 화려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공간에 식물 하나를 들이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는 것. 어쩌면 정원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본 수많은 정원보다 돌아온 뒤 제가 가장 오래 바라본 것은, 아침마다 물을 주던 우리 집의 작은 화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