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

 

봄나물을 뜯으며 나를 만난다|

봄이 되면 괜히 설레게 된다.

귀농을 하고 난 뒤부터는 더 그렇다. 봄 처녀라도 된 듯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며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밭 둑이며 산기슭, 텃밭 주변까지 눈길이 바빠진다.

예전에는 몰랐다.

어릴 적 쑥과 냉이를 캐 본 기억은 있지만, 들과 산에 자라는 수많은 풀들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책에서만 봤을 뿐 실제로는 잘 몰랐다.

시골에 살아도 내가 아는 나물은 쑥과 냉이, 조금 더 가면 뽕잎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십여 년 전 귀농을 하면서 봄 풍경이 달라졌다.

봄나물 뜯기의 즐거움

이른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달래와 원추리, 머위가 얼굴을 내민다.

달래는 호미 하나 들고 들녘을 돌아다니며 캐는 재미가 있다. 달래 무침이나 달래 장을 만들어 비빔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향긋한 봄이 입안 가득 퍼지는 듯하다.

원추리는 데쳐 들기름에 살짝 무쳐 먹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다. 특별히 강한 맛은 아니지만 묘하게 된장과 잘 어울린다.

머위는 막 올라왔을 때 뜯어 데친 뒤 된장과 고추장을 조금 넣어 무치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이 살아난다.

쑥도 빠질 수 없다.

쑥 버무리, 쑥 밥, 쑥 튀김까지. 해마다 잊지 않고 챙겨 먹는 봄의 추억이다.

가장 기다려지는 건 화전이다. 진달래 화전에서 시작해 제비꽃까지 얹어 부치고 있으면 식탁 위에 봄이 내려앉은 듯하다.

나물을 뜯다 보면 나를 만난다

그런데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먹거리 때문 만은 아니다.

나물을 뜯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든다.

겨울 내내 칙칙했던 세상 속에서 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싹들이 어찌나 어여쁜지 모른다. 그것들을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뜯어야 하니 미안한 마음도 함께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심조심, 기도하는 마음으로 뜯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한참 뜯다 보면 욕심이 고개를 든다.

‘이건 친정에 보내면 좋겠다.’

‘미국에서 나물을 못 먹는 언니가 왔으니 해 먹여야지.’

‘몸 약한 친구에게 보내주면 좋아하겠네.’

‘딸 오면 먹이게 냉동해 둘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 손이 바빠진다.

그때 문득 깨닫는다.

앗, 또 욕심이구나.

모든 이유는 그럴듯하지만 결국 내 욕심을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봄은 늘 기다려진다

그래도 봄이 좋다.

그렇게 욕심 내고, 미안해 하고, 감사해 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내가 싫지 않다.

먹을 만큼 뜯어 밥이 되어 준 생명에게 감사하고, 나도 누군가 에게 작은 밥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러니 어찌 봄에 설레지 않겠는가.

올해도 봄은 그렇게,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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