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수국이 쓰러지는 이유|비 오는 날 수국 관리법
장마철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수국입니다.
비가 한두 번 내리고 나면 탐스럽게 피어 있던 꽃송이가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올해도 우리 집 정원의 수국이 비를 맞고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꽃이 시든 줄 알고 걱정했습니다. 물이 너무 많아서 뿌리가 상한 것은 아닐까, 병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해 수국을 키우며 관찰해 보니 대부분은 병 때문이 아니라 장마철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수국은 꽃송이가 크고, 비를 맞으면 꽃과 잎에 물이 머물면서 전체 무게가 크게 늘어납니다. 줄기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거나 한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예전에는 쓰러진 수국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부터 들었지만, 이제는 장마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집 수국을 통해 알게 된 장마철 수국이 쓰러지는 이유와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왜 비만 오면 수국이 쓰러질까요?
수국 꽃은 작은 꽃들이 모여 큰 꽃송이를 이루는 형태라 활짝 피었을 때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특히 탐스럽게 피는 품종은 꽃송이가 크기 때문에 비를 맞으면 무게가 훨씬 늘어납니다.
장맛비처럼 오랫동안 비가 내리면 꽃과 잎에 물이 계속 머물게 됩니다. 무게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줄기가 한쪽으로 휘고, 심하면 땅 가까이까지 쓰러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면 줄기가 꺾이거나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꽃이 큰 수국일수록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꽃이 비교적 작은 수국은 잘 버티지만, 큰 꽃송이가 여러 개 달린 수국은 비가 하루만 많이 내려도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줄기가 아직 충분히 굵어지지 않은 어린 수국이나 새로 자란 가지에 무거운 꽃이 달린 경우에는 더욱 쉽게 휘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줄기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쓰러졌다고 바로 꽃을 자르지는 않습니다
비를 맞고 꽃이 기울어 있으면 꽃을 잘라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꽃이 아직 싱싱하고 줄기가 꺾이거나 갈라지지 않았다면 바로 잘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수국은 비교적 꽃을 오래 감상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비 때문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꽃의 수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비가 그치고 꽃에 머금었던 물이 빠지면 줄기가 어느 정도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보기 싫다는 이유로 꽃대를 일찍 잘라 버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줄기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먼저 지지대로 받쳐 주고 상태를 지켜봅니다.
꽃에 많은 물이 고여 있다면 줄기를 세게 흔들기보다 꽃송이를 손으로 가볍게 받쳐 물을 털어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약해진 줄기를 억지로 세우거나 비틀면 오히려 부러질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 수국은 비를 머금은 모습 자체도 아름답습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꽃을 더 오래 감상할 수 있으니 서둘러 자르기보다 먼저 줄기와 꽃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지대로 꽃대를 받쳐 주는 것입니다
장마철 수국 관리에서 실용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지지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꽃이 완전히 쓰러지기 전에 미리 받쳐 주면 줄기가 꺾이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나무 지지대나 원예용 지지대를 줄기 가까이에 세우고, 줄기 중간 부분을 부드러운 끈으로 느슨하게 묶어 줍니다.
이때 너무 꽉 묶으면 줄기가 눌리거나 상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줄기와 끈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꽃송이 자체를 묶기보다는 꽃 아래의 줄기를 받쳐 주는 편이 자연스럽고 안전합니다. 저는 초록색 원예용 끈을 사용하는데 식물 색과 비슷해 멀리서 보면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많은 비가 예보되기 전에 미리 지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줄기가 심하게 휘어진 뒤 억지로 바로 세우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장마철에는 통풍과 배수를 함께 살펴보세요
장마철에는 비의 무게뿐 아니라 높은 습도도 수국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꽃과 잎이 며칠씩 계속 젖어 있고 바람까지 잘 통하지 않으면 곰팡이성 병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수국 주변으로 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분 수국이라면 화분을 너무 다닥다닥 붙여 놓지 않고 간격을 두며, 정원에 심은 수국이라면 주변 잡초와 지나치게 빽빽한 식물을 정리해 줍니다.
저도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면 수국 주변 잡초부터 정리합니다. 다만 통풍을 좋게 하겠다고 건강한 잎과 가지를 한꺼번에 많이 잘라내지는 않습니다.
배수 상태도 중요합니다. 수국은 수분을 좋아하지만 뿌리가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는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화분 받침에 물이 고여 있다면 비워 주고, 노지에서는 뿌리 주변에 물이 며칠씩 고여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꽃과 잎이 자연스럽게 마를 수 있도록 바람이 잘 통하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줄기가 부러졌다면 상태를 보고 정리하세요
단순히 꽃이 기울어진 것과 줄기가 실제로 꺾인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줄기가 휘어 있기만 하고 표피가 찢어지지 않았다면 지지대로 받쳐 주면서 상태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줄기가 완전히 꺾이거나 갈라져 꽃이 축 늘어진 상태라면 그대로 두기보다 손상된 부분을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지를 자를 때는 깨끗하고 잘 드는 전정가위를 사용합니다. 병든 가지를 함께 자른 경우에는 다른 식물로 병원균이 옮겨가지 않도록 도구도 깨끗하게 관리합니다.
꽃이 진 뒤 가지치기는 수국 종류를 먼저 확인하세요
수국의 꽃이 모두 지고 나면 꽃대를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때는 내가 키우는 수국의 종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잎수국처럼 지난해 자란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종류는 꽃이 진 뒤 너무 늦지 않게 필요한 부분만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강하게 자르면 이미 만들어진 꽃눈을 함께 잘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목수국이나 미국수국처럼 그해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종류는 전정 시기와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수국을 '꽃 아래 첫 번째 잎에서 자른다'거나 '여름 안에 반드시 전정을 마친다'는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수국 종류를 생각하지 않고 가을에 가지를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 꽃이 적게 핀 수국을 보면서 가지치기 전에 어떤 수국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국은 가지를 잘 자르는 것보다 어떤 가지에서 꽃이 피는지를 알고 자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장마철 수국 관리, 이것만 확인하세요
1. 꽃이 기울었다고 바로 자르지 않기
줄기가 꺾이지 않았다면 먼저 지지대로 받쳐 줍니다.
2. 많은 비가 오기 전에 지지대 세우기
꽃송이가 큰 수국일수록 미리 줄기를 받쳐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화분과 정원의 배수 확인하기
뿌리 주변에 물이 오래 고여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4. 통풍이 되도록 주변 정리하기
잡초와 너무 빽빽한 주변 식물을 정리해 바람길을 확보합니다.
5. 꺾이거나 병든 부분만 정리하기
건강한 가지를 장마철에 무리하게 많이 자르지 않습니다.
6. 꽃이 진 뒤에는 수국 종류를 확인하고 전정하기
묵은 가지에서 꽃이 피는 수국과 새가지에서 피는 수국의 전정법은 다릅니다.
정원365의 생각|비를 맞은 수국도 여름의 한 모습입니다
아침마다 정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밤새 비를 맞은 수국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만나곤 합니다.
예전에는 쓰러진 모습만 보면 속상했습니다. 꽃을 잘못 키운 것은 아닌가 싶어 가위를 들고 자르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장마를 지나고 보니 수국도 계절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무거운 꽃을 잠시 내려놓고, 비가 그치면 또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제가 할 일은 모든 꽃을 꼿꼿하게 세워 놓는 것이 아니라 꺾이지 않도록 조금 받쳐 주고, 물이 잘 빠지고 바람이 통하도록 주변을 살펴주는 정도였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완벽한 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견디도록 필요한 만큼 도와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에 젖은 수국도 맑은 날의 수국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올여름 장마에도 우리 집 수국이 무사히 계절을 지나 오래도록 꽃을 보여 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정원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마무리
장마철 수국이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모두 병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큰 꽃송이가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지고 줄기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휘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기가 꺾이지 않았다면 바로 꽃을 자르지 말고 지지대로 가볍게 받쳐 주세요. 동시에 통풍과 배수를 확인하고 병든 잎이나 실제로 부러진 가지만 필요한 만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꽃이 진 뒤 가지치기를 할 때는 반드시 내가 키우는 수국의 종류를 먼저 확인하세요. 수국마다 꽃이 피는 가지가 다르기 때문에 전정 방법도 달라집니다.
장마가 지나면 고개 숙였던 수국이 다시 여름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